슬럼프와 도서관과 UX (1편)



돌이켜 보면 참 끔찍한 시간이었다. 
기분은 좋았지만 사는 것이 재미가 없었다.
광범위한 작업 반경이 좋아 디자인을 하고싶다고 생각했었는데
너무 넓다보니 내가 4년을 어떻게 보내야 할지 감이 잡히지 않았다. 
이대로 어영부영 살다보면 창공에서의 시간이 독이 될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겁이 났고
그래서 컴공 복전을 염두에 두고 있었다. 
다른 이유도 있긴 하지만, 불안함의 비중이 꽤 컸던 것 같다.

목적이 없으면 의욕도 없어진다.
매일 삶과 어떻게 살아야 할지에 대한 고민이 밀려왔지만
나의 무기력은 그런 고민들도 외면해 버렸다. 
그렇게 스스로를 좁은 틀에 가두고 닦달하고 있었는데
많은 일들이 일어났다. 



1. 창의 세미나_ 5/20

    인기융 수업과 창의세미나가 시간이 겹쳐 늘 아쉬운 마음이 있었는데, 이 날은 수업이 일찍 마친 틈을 타 친구들 몇 명과 함께 세미나가 열린 줌으로 들어갔었다. 그 세미나가 대학원생을 대상으로 열린다는 사실을 알게 된 것은 조금 뒤의 일이었다. 이 날 연사로 오신 분은 트램폴린의 박진홍 대표님이시다. UX에 대한 특강을 해주셨고, 나는 나름 메모까지 하면서 열심히 들었다.


원래도 사용자 경험에 관심이 많은 편이었는데, 관심만 많았지 아는건 별로 없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나는 지금까지 디자인을 할 때 감각에 의존하는 편이었다. 2년 전 IF design talent award에 출품할 때도 '이렇게 해놓으면 좋지 않을까?'까지만 고민했었는데, 특강을 들으면서 실무에선 그런 것들이 먹히지 않는다는 것을, 하나의 서비스를 완성하기 위해서는 많은 고민과 검증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프로그램 몇 개 다루는 것은 아무것도 아니라는 것을 다시한번 느꼈다. 문득 UX/UI에 대해 더 배우고 싶어졌다.   



2. 스마트 도서관 아이디어톤 본선_ 5/21~5/29

    1) 스마트 도서관이라는 주제도 재미있었고, 상금도 꽤 커서 예선 신청서를 적어 냈었다. 예선 접수기간이 한 주 가량 되었는데 미루고 미루다 마지막 날 한 페이지 짜리 제안서를 겨우 완성해서 마감 1분 전 제출했다. 무기력이 완전히 가시지 않은 상태였다. 게으름이란 게으름은 다 피우고 있었다. 이후 다른 팀들의 제안서를 보고 난 후에 예선 통과는 순전히 이라는 생각이 들었었다.  

    아무튼. 간단하게 컨셉을 소개하자면 다음과 같다.
    ㄱ. 도서관의 의미는 '공유'와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다. 한 개인이 소유하기 어려운 많은 자료 들을 한 기관이 보관하고 사람들과 공유하는 공간이 바로 도서관이다. 도서관에서 다른 사람들과 함께 공부할 때 유독 집중이 잘 된다고 느껴지는 것도 바로 어떤 분위기가 도서관 내의 사람들에게 공유되기 때문이다. 

    ㄴ. 교내회보에 올라온 도서관 컨셉을 보고 난 후 박태준 학술정보관 레노베이션의 취지는 소통과 개방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열람실의 3, 4층으로 좁혀지고 2층과 5층은 개방적인 공간에서 활발한 협업을 취지로 하고 있다는 것이 와닿았다.

    ㄷ. 포스텍에는 다양한 관심사와 능력을 가지고 있는 구성원들이 많은데 이들이 모여서 시너지를 낼 기회가 많지 않다고 느꼈다. 연구/창업 팀을 꾸릴 때에는 주로 비슷한 관심사의 지인들과 함께 하게 되고, 그럴 경우에는 공통의 관심사에 화제가 집중되는 경우가 많다. 다양한 전공의 사람들이 모여있는 동아리에서 진지한 주제로 이야기를 꺼내는 것은 쉽지 않다.

    그래서 포스텍 구성원들이 진지하지만 가볍고, 가볍지만 진지한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플랫폼이 있으면 좋을 것 같았다. 도서관은 그 플랫폼의 중추 역할을 맡아서 미디어월을 통해 플랫폼과 공간을 이어주는 장치가 될 것이었다. 
     

예선에서 제출한 제안서

도서관 측으로부터 받은 피드백

  


To be continued






 

댓글

가장 많이 본 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