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 2020.05.17

https://www.youtube.com/watch?v=ccrZhrcWPLU



내 책상 위에는 39페이지에 예쁜 책갈피가 꽂혀 있는김상욱의 과학공부라는 책이 있다. 그래서 나는 이번 영상이 무척 반가웠다. 책에서 셰익스피어와 열역학 제 2법칙 이야기로 과학과 교양의 관계에 의문을 제기하는 서론이 마음에 쏙 들었었는데, 영상의 초반에 같은 내용이 등장해서 한층 더 반가웠고, 마침 몇 주 전에 고급영어 듣기 및 말하기 과목에서 팀 프로젝트로 팟캐스트를 만들 때 내가 그 내용을 참고해서 대본을 짰었기 때문에 훨씬 더 반가웠다. (참고로, 우리 팟캐스트의 주제는 왜 한국에서는 노벨상이 나오지 않을까?’ 였고, 나는 역사학자 역할을 맡았었다.)

과학에 대한 대중들의 편견을 해소하려는 영상과 과학적 내용을 기반으로 삶을 성찰하는 책의 내용은 모두 인상깊었고, 과학과 공학도 교양의 일부가 되어야 한다는 의견에 전적으로 동의하는 바이다. 하지만 내가 생각하는 관계의 방향은 언급된 내용과 조금 다른 양상을 가진다. 나는 그들이 통찰적 관점에서 교양의 역할과 실용적 관점에서 교양의 역할을 모두 수행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양자물리학으로 사람에 대한 성찰을 이끌어 내는 것이 통찰적 관점이라면, 내가 말하고 싶은 실용적 관점은 우리를 둘러싸고 있는 수많은 현상들, 물건들, 그리고 기술들에 대한 이해를 요구한다. 한마디로 정리하자면 뭘 좀 알고 쓰자정도가 되겠다.

우리나라의 경우, 중고등학교에서의 주입식 교육 탓인지 많은 사람들이 과학이라는 단어를 들으면 거부반응부터 보일 때가 많다. 심지어 함께 과학고등학교에 다녔던 친구들도 시험 공부와 관계없는 과학 이야기는 기피하는 경우가 꽤 있었다. 내신과 수능을 위해 물화생지를 달달 외우다시피 공부했던 대한민국의 수많은 학생들은 대학 진학과 함께 대부분의 내용을 잊어버리고, 진로와 관련이 없는 과학적 지식으로부터 멀어지게 된다. 시험을 치는 것도 아니니, 자주 사용하지 않는 정보는 망각하는 것이 자연스럽다고 느낄 수도 있다.

그러나 우리가 간과하고 있는 것이 있다. 바로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은 온갖 과학/공학적 산물로 둘러 쌓여 있다는 점이다. 작게는 지우개, 페트병, 각종 항신료와 식품첨가물에서 크게는 도로, 건물, 섬까지. 사람에 의해 만들어지지 않은 것들을 찾기가 어려울 정도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그것들을 잘 알지 못하는 경우가 태반이다. 플라스틱이 어떻게 만들어지고, 다 쓰고 나면 어떻게 되는지, 도로를 포장할 때 쓰인 아스팔트는 수명이 다하면 어떻게 되는지, 지금 입고 있는 폴리에스테르라는 소재는 무엇이며, 어떻게 만들어졌으며, 어떻게 사라지는지. 만약 전공분야도 아닌데 그런 걸 어떻게 알아?’ 라는 생각이 들었다면, 혹시 그 의문이 모든 문제의 발단은 아니었을지 함께 고민해 주기를 바란다. 우리가 사용하는 것들에 대해 잘 알지 못하면서 그들이 주는 편리함만 누리는 것이 자연을 밝고 살아가는 우리가 가져야 할 가장 책임감 있는 태도일까?

코로나-19가 자연의 경고라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많다. 별로 좋아하는 표현은 아니지만, 어쨌거나 이번 일로 인간들이 환경에 얼마나 지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었는지 확인할 수 있었고, 우리가 경각심을 가져야 할 때임을 알게 되었다. 놀라운 IT 기술로 접촉자를 파악하는 일도, 의료 시스템을 구축하는 일도, 마스크를 생산하는 일도, 각국 정부들이 협력하는 일도 물론 중요하지만, 지구에 사는 사람들이 우리가 무슨 일을 벌여 놓았는지 더 잘 이해하고 미래를 고민하는 일도 잊지 않기를 바란다. 그리고, 그러기 위해서 우리는 과학과 공학을 교양으로써 받아들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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