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P's Bucket #3. 입을 수 있는 옷 직접 만들어 보기! (Last update 200609)
옷을 만들어 입는 것에 대한 로망은 고등학교 때 시작되었다.
삭막했던 고등학교 3학년 때 이렇게 2년 후 만들어 입을 옷을 그리면서 꿈을 키우고 희망을 가졌으면 좋았겠지만 아쉽게도 이 그림이 처음이자 마지막이다.
어찌 되었건 당시 내 의지는 약했지만 '내' 옷에 대한 미련은 아직도 남아있어서 버킷리스트를 설정할 때 옷 만들어 입기를 넣어놨었다. 대신 몇 가지 조건이 더 붙어있었는데, 이번에 만들 옷을 2학기부터 미국 서부에서 유학생활을 할 계획이었던 중학교 친구랑 디즈니 랜드에서 컨셉을 맞춰 입을 생각이었다. 나도 2학기에 단기유학을 갈 것이었으니 우리의 계획은 완벽하다고 여겨졌다. 신나서 어떤 옷을 만들지 그림도 막 그렸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입을 옷이 아니라 그리고 싶은 옷을 그린 것 같기도 하고..)
그런데 코로나 사태가 터지고, 내 친구의 유학은 내년으로 늦춰졌다. 평소에 이런 옷을 입고 돌아다니는 것은 별로 내키지 않았기 때문에 나는 다른 옷을 생각해야 했다.
생각이 잘 났으면 좋겠지만, 그러지 않았다.
왜냐하면 나는 고등학교 3학년 때까지 옷 입는 것에 별다른 관심이 없었기 때문이다. 돌아다니다가 엄마가 괜찮아 보인다는 옷을 입어보고, 진짜 괜찮으면 사서 입는 학생이었다. 이쪽 전문인 엄마가 골라준 옷들이 대체로 괜찮긴 했는데, 내 의지로 옷을 입는다는 느낌은 잘 받지 못했던 것 같다.
분명 올해 초에도 별로 관심이 없었던 것 같은데 어느 순간부터 생각이 바뀌기 시작했다. 아마 유튜브에서 쩡대 아저씨 방송을 본 것이 발단이었던 것 같다. 아이템을 맞추는 것이 생각보다 더 어려운 일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고, 생각보다 훨씬 더 재미있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비슷한 시기에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넥스트 인 패션'도 보게 되었다. 유명하지만 이름이 잘 알려지지 않은(?) 패션 디자이너들이 나와서 경연하는 프로그램인데 굉장히 재미있었다. 한국인 디자이너 김민주 씨가 대회를 씹어드셔서 훨씬 더 재미있었다. 그리고 패션 디자이너들은 어떤 생각을 하면서 옷을 만드는지, 저게 사람이 입는건가 싶었던 런웨이 의상들이 어떻게 탄생하는지 알게 되었다. 그 시리즈를 보고 난 후 나도 옷을 잘 챙겨입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된 것 같다.
더 많은 생각을 가지게 되니 옷을 만드는 것은 약간 부담스럽다고 느끼게 되었다. 옷이 어설프면 옷걸이라도 있어보여야 할 텐데, 괜찮은 옷걸이가 만들어지려면 시간이 좀 더 필요할 것 같았다.
그래서 그냥 가방으로 종목을 바꿔버렸다. 당시 나한테는 백팩 두개와 에코백 밖에 없어서, 간단하게 핸드폰이랑 지갑, 몇 가지 물건들만 넣고 다닐 수 있는 작은 가방이 하나 필요했다. 내 취향을 잔뜩 담아 모양이랑 패턴을 아래와 같이 생각해봤다.
컨셉 및 기능(?) |
전개도 |
쓸데없는 계산 |
쓸데없는 계산 2 |
죽도시장 부자재 가게에서 재료도 다 사가지고 왔는데, 이제 진짜 시간이 없어서 못하고 있다. 좀 여유로울 때 미리 할 걸, 왜 그렇게 게으르게 살았는지 반성하는 중이다.
학교 들어갈 날이 한 주도 채 남지 않았는데 그 전에 완성하는 것은 무리겠지..? 시험 끝나면 집에 와서 후딱 해버릴까 싶기도 하고,,, 어떻게 될지는 아직 잘 모르겠다.
그래도 옷에 대한 새로운 관점을 얻게 되었으니 나에게는 나름대로 의미있는 활동이었다. 얼마 전 백화점에 갔을 때에는 비싼 옷이랑 안 비싼 옷이 똑같이 생겼어도 다른 느낌이 든다는 것을 구별할 수 있었다. 비싸다고 다 좋은 것은 아니지만 비슷한 형태에서도 다른 아우라가 나왔던 것 같다.
한가지 아쉬운 점은, 뉴욕에서 쇼핑하는 것을 아주아주 기다리고 있었는데 오늘 아침에 단기유학이 취소되었다는 메일을 받은 것이다.
뭐.. 또 기회가 있겠지 싶다.
아무튼. 오늘은 여기서 마무리 하고, 가방을 만들게 되면 마저 업데이트 하겠다.
To be continu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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