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03.27. 얼마나 됐다고






어제 하늘이 꾸리꾸리할 때 알아챘어야 했다.
만개한지 이틀만에 비가 오다니.
일어나자마자 들리는 빗소리에 얼마나 슬펐는지 모른다.
나는 비를 정말 좋아하지만
비가 오면 꽃이 괜히 빨리 져 버릴것만 같은 느낌이 든다.
그래서 봄비는 좀 밉다. 약간 밉상이다.


그래도 비는 좋고, 밀린 강의를 듣다보니 배도 고파서
오후에 잠깐 빵을 사러 나갔다.
묘하게 밀가루가 땡기는 날이었다.
그와 더불어 묘하게 땡기는 음악이 있었다.
제목은 Gymnopedie No.1.
흐리멍텅한 날씨와, 축 젖은 꽃잎과, 우산에 부딪히는 물방울 소리와 잘 어울리는 곡이다.


사실 이 친구와 굉장한 인연이 있다.
불과 몇 년 전까지도 나는 꿈빛 파티시엘이라는 애니메이션을 즐겨봤는데
틈만 나면 이 노래가 브금으로 깔려있었다.
매번 좋다 생각하면서도 찾아들은 건 오늘이 처음이었다.
멜로디는 아는데 제목을 몰라서 네이버에 ' 꿈빛 파티시엘 브금' 을 검색했다.
놀랍게도 결과가 나왔다. 왜 이런 걸 올려놓지 싶었다.


음원 사이트에 있는 짐노페디 음원에는 빗소리도 깔려 있다.
아마 비와 잘 어울리는 음악으로 유명한 것 같다.
그렇지만 이 음악이 비를 맞는 꽃과 잘 어울린다는 사실은
많이 알려져 있지 않을 것 같다.
혹시 다음에 꽃과 함께 비를 맞을 때 이 글이 기억난다면
꼭 한번 들어보기를 바란다.


이번 주말에 송도 가는 버킷리스트를 채우려 했는데
날씨가 이러니 3D펜이나 연습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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